THANKS GIVING(이하 TG)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고 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사진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어떻게 인생 행로를 바꾸게 되었는가?
이성만 처음부터 삶의 목표를 설정하는 경우가 있고, 살다 보니 목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영어 교사가 되 었는데 우연히 영상 촬영을 취미로 삼게 됐다. 영상 다음으로 사진에 관심이 갔고, 인물 사진작가 김한용 선생께 사진을 배웠다. 자연스레 사진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사진 공모전에 열심히 응모했 다.국전을비롯해여러차례수상의영광을안게되었다.사진공모과 정에서 ‘왜 나의 작품을 누군가에게 평가받아야 하나’라는 의문이 생 겼고,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평가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51세의 나 이에 휴직하고 호주로 유학을 떠나 영어 교수법과 현대 사진을 동시에 공부했다. 한국에 와서 다시 사진대학원을 졸업하고 대학교에서 사진 강의를 했다. 왜 사진작가가 되었는가 하는 질문에 답한다면, 무슨 일 이든한번시작하면최선을다해끝까지가는성격과운명때문인것 같다. 특히 절대자에 의해 결정된 운명인 듯하다.
TG 운명론은 당신의 사진에도 적용되는가? 
이성만사진을찍을때어떤장소,어떤순간에,어떤피사체가존재한 다.그모든것을내가정한건아니다.내가그장소,그순간에있을때 그피사체가있었고나는카메라셔터를눌렀을뿐.나는카메라라는 기계를조작하는사람일따름이다.나의사진은내가만든작품이아 니라 하늘이 나에게 준 선물이다. 그렇기에 오지에서 고생스럽게 여행 할때면절대자에게기도한다.‘이렇게고생하고있으니작품하나주 세요’라고.
TG 다큐멘터리 사진에 천착하게 된 까닭은 무엇인가? 이성만나는내가이렇게문명의혜택을누리며잘살수있으리라는 상상을 하지 못했다.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랐고, 대학교를 혼자의 힘 으로 고생스럽게 졸업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그 시간에 대 한그리움은사무칠만큼크다.그래서인지열악한환경에서살고있 는굶주린어린이에서나의옛모습을,그어머니에서나의어머니를 본다. 나에게 사진이란 과거를 들여다보는 거울이다. 내가 찍는 피사 체에서과거의내힘겨운모습을발견한다.그리고영어의사소통능 력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인 나에게 중요한 원동력이다. 영어를 할 수 있어 오지의 골목 속까지 파고들어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교감 하며, 그들을 찍을 수 있다.
TG 당신의 작품을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이성만 현대인은 남과 끝없이 경쟁하고 서로의 삶을 비교하면서 인생 을 소모한다. 충분히 풍족한데도 만족하지 못해 행복을 모른다. 물질 이행복을보장해주지않는다.나는헐벗고굶주린가운데진정한행 복을 느끼는 이들의 사진을 통해 현대인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 경쟁과비교에서벗어나면곧행복을찾을수있다고.우리가왜사는 가? 결국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겠는가. 권력이나 부를 가졌느냐 그렇지 못하냐를 따지지 말고 자신의 있는 그대로 모습을 인정하면 행 복할수있다.나의현재모습을그대로받아들이는게행복의첫번째 조건이다. 거울에 나의 모습을 비춰보고 교만하지 않으며, 남과 경쟁하 지말고나는나대로나에게만족하며살면행복해질수있다.부탄사

람들의행복지수가높은것은비교의대상이없기때문이다.내가만 나본 그들은 행복과 불행 자체를 따지지 않는 듯하다. 그저 순응하면 서 산다.
TG 배낭과 카메라만 들고 전 세계 104개국을 여행하며 사람을 찍었 다. 당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피사체는?
이성만 미얀마에서 콧물이 줄줄 흐르는지도 모르고 사탕수수를 먹는 소년을 찍은 적이 있다. 그 아이의 모습이 곧 나의 과거 모습 같았다. 내 가춘천출신인데그곳은강원도라너무추웠다.그때는왜그렇게콧 물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검정 교복의 소매가 번들거릴 정도로 콧물을 닦았다. 그 소년의 콧물에서 내 어린 시절을 봤다. 가슴이 찡해져서 나 도모르게그소년의얼굴에초점을맞췄던기억이난다.세계곳곳에 그처럼 헐벗고 굶주리며 질병으로 신음하는 아이들이 여전히 존재하 고 그들은 나의 마음을 움직인다.
TG 어린이, 노인, 가족을 많이 촬영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이성만 내 사진의 주제는 세 가지다. 할머니, 어린이, 부엌! 할머니는 과 거고, 어린이는 미래며, 부엌은 삶의 원천이니까. 부나 종교, 권력을 모 르는 어린이야말로 행복의 본질을 아는 존재다. 그래서 윌리엄 워즈워 스가‘어린이는어른의아버지’라고노래한것이아닐까.할머니의모 습을보면이곳사람들이어떻게살았는지,과거삶의모습이어떠한 지고스란히보인다.나는그솔직함때문에할머니의주름진얼굴과 울퉁불퉁하고 핏줄이 툭 튀어나온 손등을 참 좋아한다. 또한 여행지에 가면꼭그곳사람들이사는집의부엌을들여다본다.부엌을보면그 나라 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사는지 알 수 있다.
TG 가장 힘들었던 여행지로 인도를 꼽았다. 그렇다면 인도 여행을 통 해 깨달은 것은 무엇인가?
이성만 35일간 인도에서 배낭여행하며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런 가 운데두가지결심을했다.첫번째로어떤어려움이와도이보다더힘 든일은없을테니앞으로매사에감사하자,불평하지말고살자고다 짐했다.그리고인도에서식사때문에많은곤란을겪었다.그나마먹 을 수 있는 음식이 인도식 볶음밥뿐이라 질릴 정도로 먹었다. 그래서 집에돌아가면음식투정을하지말자고결심했다.나는인도에서단 순하지만 명징한 삶의 진리를 깨달았다.
TG 당신이 셔터를 누르게 만드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과연 어떤 순간 인가?
이성만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말했던 결정적 순간! 내가 찍고자 하 는대상이절정에다다르고,나의느낌이최고조에달하는바로그순 간이 결정적 순간이다. 할머니가 국수를 드시는 장면을 찍는다면 빈속 을채우려고급히뜬국수가할머니의입에들어가려는찰나가바로 결정적 순간일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기는 쉽지 않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이 결정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음 순간이 더 결정적 순간이될수도있고그다음에더결정적인순간이올수있으니까.그 래서 그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셔터를 수백 번 누르게 된다.
TG 유네스코 사진가로 활동했다. 어떤 인연으로 시작되었고, 가장 기 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인가?

  이성만 2005년 유네스코에서 나의 홈페이지를 보고 사진을 사용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호주 원주민을 촬영한 사진이었는데 흔쾌히 제공했 다. 이후 2006년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국제이해교육원이 주최하는 사진 교실에 참여해 필리핀 이푸가오에서 중학생 20명을 가르친 이 후 2007년 부탄, 2008년 팔라우, 2009년 라오스, 2010년 방글라데시, 2011년 이란, 2012년 말레이시아와 스리랑카, 2013년 인도네시아에서 사진 수업을 이어갔다. 2015년 유네스코 파리본부의 의뢰를 받아 한국 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세계교육포럼(World Education Forum)의 기 록 사진을 촬영한 일도 기억에 남는다. 유네스코 195개 회원국 대표를 비롯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국제기구 관계자 1500여 명, 한국 정 부 관계자와 박근혜 대통령이 참가한 국제적인 행사를 내 손으로 기록 할 수 있어 매우 뿌듯했다.
TG 여행지에서 낯선 이를 향한 경계심을 허물어뜨리는 당신만의 비 결은 무엇인가? 이성만인도에서35일간청바지한벌만입었다.잘먹고잘사는문명 권에서 온 포토그래퍼가 값비싼 옷을 입고 굶주린 이에게 카메라를 들 이대면 당연히 거부감이 생긴다. 그들의 인격과 자존심을 존중하기 위 해최대한나자신을낮춘다.옷은허수룩하게입고수염도깎지않으 며비싼카메라를들고가지않는다.카메라를옷깃안에넣어둔채로 찍고 싶은 대상과 한참 대화를 나눠 자연스레 공감대가 형성되면 반드 시 사진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한 다음 촬영한다. 오지의 경우엔 아이들 을 위해 사탕과 라면, 볼펜 등을, 여자들을 위해 화장품 샘플을 갖고 간 다. 작은 선물이라도 건네면 그들도 마음을 열게 된다.
TG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기다림과 인내가 필수적일 것 같다. 기 다림을 통해 기막힌 순간을 포착해냈을 때 기분이 어떠한가? 이성만저건물앞으로자전거를탄사람한명이지나가면그림이될 거같다,저곳에그림자가드리우면정말멋있을것같다고생각될때 가있다.기다림이한시간이될수도있고두시간이될수도있다.그 게 바로 기다림의 미학이다. 그런데 나처럼 여행하는 사진가는 기다림 까지 가기가 어렵다. 그저 주어진 순간을 포착할 따름이다. 앞서 이야 기한 것처럼 작품은 하늘이 주는 것이다.
TG 사진작가로서 가장 아끼는 단 하나의 사진을 꼽는다면?
이성만 2004년 2월 강원도 정선 장터에서 촬영한 할머니 사진이다. 추 운겨울할머니가장터에서마늘을팔면서허기진배를채우기위해 점심으로 국수를 드시는 장면으로 옆에는 추위를 녹이기 위해 따라둔 소주잔이있다.이할머니는나의어머니이자우리모두의어머니모 습이다. 자식을 키우기 위해 고생하는 어머니 모습에 가슴이 저미는 사진이다.
TG 나눔에 대한 당신의 철학은?
이성만 나눔을 위해 재능을 기부할 수도 있고, 육체적으로 봉사할 수도 있고, 경제적인 원조를 할 수도 있다. 나눔을 위한 재능 은행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진가로서 나의 재능을 기탁하고, 필요로 하는 곳 에서 요청이 오면 언제 어디로든 가서 봉사하고 싶다.
2001년 12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케냐까지 30일 동안 트럭을 타고 배낭여행을 하는 도중에 펑크가 났다.수리하기 위해 들른 아프리카 잠비아의 시골 마을에서 모여든 아이들 중 한 아이에게 초점을 맞춰 활짝 웃는 모습을 촬영했다.

Let’s create something valuable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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