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1914~1965)은 보통학교만 졸업하고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하여 조선미술전람회와 대한민국미술전 람회(국전)와 같은 관전을 통해 화가로 데뷔했다. 해방 과 전쟁을 겪으며 서구의 추상미술이 급격히 유입되어 화단을 풍미했지만 박수근은 시종일관 서민의 일상생 활을 단순한 구도와 거칠거칠한 질감으로 표현한 그림 을 고수했다. 박수근은 창신동 집에서 명동 PX, 을지로 의반도화랑을오가며목도한거리의풍경,이웃의모 습을 화폭에 주로 담았다. 동시에 동시대 서양미술의 흐름에도 관심을 가지며 공간, 형태, 질감, 색감 등 회화 요소를 가다듬어나갔고 자신의 주제를 가장 잘 표현 할수있는모던한회화형식과화법을구축했다.일체 의 배경을 제거하고 간략한 직선으로 형태를 단순화하 며거칠게표면을마감한그의회화는조선시대도자 기, 창호지, 초가집의 흙벽, 사찰의 돌 조각 등을 연상시 키는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미감을 보여준다. 현재 국내 20종의 미술 교과서에 박수근의 작품이 담겨 있어 한 국인이라면 필수 교육만으로도 박수근을 알고 그림도 익숙하다. 이번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 전시는 그간 ‘신실한 화가’, ‘이웃을 사랑한 화가’, ‘한국인이 가 장 사랑하는 작가’ 같은 수식어로 제한되던 박수근을 새로운시각에서볼수있도록기획했다.우선박수근 이 살았던 전후 시대상에 주목했으며, 당시 화단의 파 벌주의로 인한 냉대나 경제적 궁핍으로 불우한 화가였 다는 고정관념을 벗겨내고 박수근의 성취를 조망한다. 또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으로시행한박수근전작도록발간사업을통해새롭 게발굴된자료와연구성과를토대로그동안잘알려 지지 않았던 박수근의 활동을 소개한다. 윤범모 국립현 대미술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양구군립박수근미 술관이 협업하고 유족, 연구자, 소장자 및 여러 기관의 협조로 만든 대규모 전시”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당시 시대상과 화단의 토양을 재인식해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고 밝혔다.

박수근을 통해 읽는 1950~1960년대
한국의 시대상 전쟁전도청서기와미술교사를지냈던박수근은전 쟁후미군부대내PX에서초상화를그렸고그곳에 서 소설가 박완서를 만났다. 미군 부대는 박수근이 예 술가로서의 자존심을 버리고 온갖 수모를 견뎌내야 했 던 곳이지만 동시에 그의 작품을 아끼는 후원자들을 만난곳이기도하다.박수근은해방후최초의상업화 랑인 반도화랑에서 외국인에게 먼저 주목받았고 ‘동서 미술전(Art in Asia and the West)’(샌프란시스코 미 술관, 1957), ‘한국현대회화전(Contemporary Korean Paintings)’ (뉴욕 월드하우스 갤러리, 1958) 등을 통해 한국 중견 작가들과 함께 해외에 소개되었다. 참혹한시대를외면하지않고고단한이웃의생활을 담담하게 표현한 박수근을 통해 전후 1950~1960년 대한국의시대상을읽어낼수있는이번전시는박수 근의 시대를 읽기 위해 ‘독학’, ‘전후(戰後) 화단’, ‘서민’, ‘한국미’라는 네 가지 키워드를 제안하며 1부 ‘밀레를 사랑한 소년’, 2부 ‘미군과 전람회’, 3부 ‘창신동 사람들’, 4부 ‘봄을 기다리는 나목’이라는 주제로 구성했다.
1부 ‘밀레를 사랑한 소년’은 밀레와 같이 훌륭한 화가 가되고싶었던소년박수근이화가로성장하는과정 을 보여준다. 10대 시절의 수채화부터 1950년대 유화 까지그의초기작품을만날수있다.박수근이그림을 공부하기 위해 참고했던 화집, 미술 잡지, 그림엽서 등 의자료는그가다양한미술정보를섭렵하며화풍을 완성하는 과정과 박수근 예술의 원천이 무엇인지를 보 여준다.2부‘미군과전람회’는한국전쟁후재개된제 2회 국전의 특선 수상작부터 그가 참여한 주요 전람회 출품작을 전시한다. 그리고 박수근의 미군 PX 초상화 가 시절과 용산미군부대 도서실에서 열린 박수근 개인 전(1962)을 소개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박완서의 소설<나목>을 매개로 박수근이 견뎌낸 참혹한 시대에 공감하고 2부에서 소개하는 그의 대표작<나무와 두 여


인>을 새롭게 감상해보기를 제안한다.
3부 ‘창신동 사람들’은 박수근이 정착한 창신동을 중심 으로 가족, 이웃, 시장 상인 등 그가 날마다 마주친 풍경 을담은작품을소개한다.최근박수근전작도록발간 사업을 통해 조사된 유화 2점도 공개한다. 아울러 박수 근의그림과함께당시시대상을담은한영수의사진 이 전시되어 역사상 가장 가난했던 1950~1960년대를 살았던 한국인을 따스한 시선과 모던한 감각으로 표현 한 예술가의 성취를 발견할 수 있다.
4부 ‘봄을 기다리는 나목’은 박수근이 완성한 아름다움 을 보여준다. 박수근이 평생 즐겨 그린 소재는 여성과 나무다. 그의 그림에서 고단한 노동을 하는 여성과 잎 사귀를 다 떨군 나목은 ‘추운’ 시대를 맨몸으로 견뎌낸 한국인의 자화상일 것이다. 이번 전시는 박수근의 그 림이 인기리에 매매된 반도화랑과 그의 그림을 수집한 외국인을 함께 소개하며 이들이 박수근의 작품에서 발 견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이것이 어떻게 국경과 시대 를 초월하여 폭넓은 공감을 얻었는지 보여준다.

Let’s create something valuable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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